1. 교육철학과 교육과학
교육의 문제, 행위, 쟁점, 제도 등의 교육의 전반적인 영역들을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활동'을 탐구활동으로서의 교육철학이라 합니다. 그러면 교육을 철학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과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의미를 밝혀 보고자 합니다.
1) 탐구 대상의 차이
과학의 탐구 대상은 사실이라면, 철학의 탐구 대상은 의미를 말합니다. 사실이란 우리의 오감을 통하여 참, 거짓을 판단 할 수가 있는 대상을 얘기합니다. 이렇게 오감에 의해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것을 경험에 의한 판단이라고 합니다. 또 사실을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참과 거짓의 문제가 아니라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그 근거가 무엇이냐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물이 얼면 얼음이 된다'는 참인 진실이며, '물이 얼면 수증기가 된다'는 거짓인 사실입니다. 물론 과학에서도 과학적 용어의 의미에 관심을 가집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용어의 의미는, 철학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의미와는 다른, 현상이나 사실에 의해 참과 거짓을 확인할 수 있는 조작적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의미를 말합니다. 그 이유는 과학자들은 과학적 용어를 경험적으로 엄밀하게 규정하여 현상을 보다 정확하게 설명, 기술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과학자들의 관심은 의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철학은 우리의 오감으로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사실을 탐구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철학의 탐구 대상은 우리의 오감이 아닌, 다른 근거에 의해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의미는 일상적 의미와 규범적 의미로 나누어집니다. 일상적 의미는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의 의미를 지칭하는 것으로, 주로 분석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교육의 의미는 무엇이고, 교육과 훈련은 의미상 어떤 공통점 또는 차이점이 있으며, 교육의 전체 과정에서 훈련은 어떻게 자리를 잡을 수가 있는지 등을 탐구합니다.
'규범적 의미'는 어떤 것을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것이 이상적이며, 어떻게 해야 옳은 것인가를 탐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 어떤 것을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것이 이상적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인가' 등을 탐구하는 것은 곧 '규범적 의미'를 밝혀내라는 것입니다. '규범적 의미'는 사람에 따라 당위에 대한 관점이나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적 의미'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라는 점에서 '규범적 의미'보다는 객관적일 수 있습니다.
2) 기능의 차이
과학이 하는 활동이 사실을 설명, 예언, 기술, 통제하는 것이라면, 철학이 하는 활동은 규범적 의미를 비판하거나 정당화하고 일상적 의미를 분석합니다. 과학은 구체적으로 사실들을 일반화된 진술로 기술하고, 그 사실이 왜 일어나는지 어떤 법칙이나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설명의 이론이나 법칙을 근거로 앞으로 어떤 현상이나 사실이 일어날 것인지를 예언하며, 그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을 일정한 방향으로 효율적으로 이끕니다. 이 중 과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설명입니다. 기술은 설명을 위한 자료이며, 통제와 예언은 설명을 기초로 하여 이루어집니다.
이와 반대로 철학 활동은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일상적 의미일 경우, 그 의미를 해석합니다. 일상적 의미의 해석을 통하여, 그 말과 관련하여 이면에 깔 세상에 대한 생각을 드러냅니다. 다음으로 규범적 의미의 경우, 그 의미를 비판하거나 정당화합니다. 비판이란 규범적 의미를 타당한 이유나 합리적인 기준에 근거하여 다른 사람의 주장에 포함되어 있는 결점과 한계를 지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당화란 규범적 의미를 합리적이며 타당한 이유나 기준에 근거하여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합리화는 근거 없는 이유나 타당하지 않은 기준으로 자기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을 말하며, 비난 역시 근거 없거나 주제와 관련 없는 기준이나 이유로 다른 사람이 가지는 결점과 한계를 끄집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3) 다루는 명제의 성격
철학이 다루는 명제가 개념적 명제이거나 규범적 명제라면, 과학이 다루는 명제는 경험적 명제입니다. 그러므로 의문문, 명령문, 가정법, 감탄문 등은 명제 아닙니다. 그 이유는 이들 문장은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평서문 또는 서술문 형식만이 명제가 될 수가 있습니다. 철학에서 다루는 명제는 개념적 명제와 규범적 명제입니다. 일상적 의미일 경우, 말의 개념이나 의미의 관계를 해석 함으로써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념적 명제에 해당합니다. 개념적 명제는 의미나 개념의 논리적 관계를 중점으로 본다는 점에서 논리적 명제라고도 합니다. 규범적 의미의 경우, 이상적 이유를 주장하고 그 근거나 준거의 타당성과 합리성에 근거하여 참과 거짓을 판단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범적 명제라고 합니다. 규범적 명제는 가치문제 속에 속한다는 이유로 가치론적 명제라고도 합니다.
이에 반해 과학에서 다루는 명제를 경험적 명제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오감에 의해 알 수 있는 것을 경험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경험적 명제는 사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사실적 명제라고도 합니다.
이렇게 철학과 과학은 탐구 대상, 기능, 명제적 성격 등에서 차이가 나며, 이런 차이가 교육철학과 교육과학에서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그리고 교육철학은 교육과학에 의해서 발견된 교육적 사실을 바탕으로 비로소 전개되며, 교육과학의 근본 전제를 비판하고, 새로운 기초를 교육과학에 제공함으로써 교육 사실의 인식을 확대하고 심화할 수 있는 근원을 찾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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